노동절에 친구와 식사
나야 학생인지라 다음 달에 있을 개교기념일로 충분하지만, 대부분의 친구녀석들이 노동자이기에 오늘 저녁은 친구와 함께 밥을 먹었다. 전남대학교 창업보육센터에서 출판만화 일을 하고 있는 친구와 예대 뒤 식당에 갔다.
같은 학교 안에 있지만, 녀석은 만화가이자 출판회사 ceo고 나는 학생이라는 무시할 수 없는 신분적 차이가 있다. 그런 차이와는 전~혀 상관없이 단지 서로 바쁘다는 이유에 얼굴 마주보며 밥 한끼 먹는 게 올해 처음이다.
오랫만에 만난 자리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노동절 이야기로 화제를 바꿨다. 녀석과 나는 대학 초년때 함께 학생운동을 하면서, 사회과학 서적도 많이 읽고, 집회도 자주 참석했던 사이다. 특히 노동절만 되면, 우리가 함께 생활했던 만화 동아리의 바로 옆에 있는 영화 동아리에서 전태일 열사 관련 다큐멘터리를 공개 상영회에 함께 참석했던 기억도 난다.
녀석의 의지와 달리 현재는 출판만화를 그리고 있지만, 막상 일을 하다보니 꽤 바쁜가 보다. 예술가는 배고프다고 했다. 만화가 역시 예술가이기에 일은 많아도 항상 배고프다고 한다. 녀석은 물론이고, 녀석의 조그만 회사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직원들도 거의 한달째 휴일없이 밤낮으로 작업한다고 한다. 물론 노동절인 오늘도 예외는 아니다.
친구에게 농담삼아 자본가라 불렀다가 칼맞을 뻔(^^;) 했다. 녀석은 직함만 그렇지, 실제로는 다른 직원들과 함께 날밤 새며 작업하는 노동자라고 항변한다. 녀석의 맘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자본가는 자본가다. 오늘같은 날에 직원들이 저녁먹고 다시 일하게 만드는 자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