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 - 도종환

담쟁이 by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극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출처 – 서물신문(090101), 백무현 화백 만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