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쩍 선배와의 만남이 잦다. 광주로 내려온 그 때부터 쭉 그래왔지만, 요즘 같은 시기에 선배들과의 만남은 보통 때완 다른 의도가 있다. 바야흐로 광역단체 및 지방자치 선거가 2달 앞으로 다가온 시점이기 때문이다.

어떤 선배는 시장 후보 선거본부장을 하고 있고, 어떤 선배는 구청장 후보로 나오고, 어떤 선배는 시의원, 구의원으로 나온다. 선배 중에 국회의원도 있으니, 이정도는 그다지 의미 없다.

20살 이상 나이 차이나는 분들을 선배들이라 부르기 애매한 점이 없지 않지만, 같은 대학 출신에 같은 운동을 했다는 것이 선배와 후배의 관계를 이어나가게 한다.

이 관계들은 내가 전남대에 들어간 것, 만화를 핑계로 대모하는 동아리에 들어간 것, 동아리 회장을 한 것, 총학생회 간부를 한 것, 후배들 선거를 도와준 것, 그리고 국회의원 선거에 끼어든 것, 국회에서 일한 것으로 인해서 더욱 돈독해지고 끈끈해졌다.

중간에도 몇번이나 내 길을 찾으려 다른 방향을 모색했지만, 다시 정신을 차리면 이 길에 걷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곤 했다. 물론 나름대로 충분히 의미있는 경험이며, 다른 사람들은 쉽게 겪어볼 수 없는 경험이긴 하지만, 정작 내가 가려는 길은 아닌 것임에 틀림없다.

할일이 태산같이 쌓여있는데, 자꾸 선배들과의 만남에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지난 10년으로 충분했으니, 이쯤에서 스스로의 태도를 확실히 하고 일정한 선을 긋어야 한다. 이렇게 마음을 가다듬지만, 오늘 저녁도 선배와의 약속이 기다리고 있다.

우유부단이란 단어를 내 마음 속에 지워버려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