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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바톤 한국상륙 1주일에 대한 단상.

5월 18일 새벽에 음악 바톤 이어받기에 대한 글을 썼으니까, 오늘로써 겨우 1주일이 지났다. 평소 구독하고 있던 해외 웹디자이너 블로그에 Musical Baton의 글을 본 시점이 5월 16일이었고, 17일에 Tux님이 관련글을 썼었다.

이전 글에서도 밝혔지만, 블로거 생활 1달 반동안 일일 평균 3~400명이 방문해주셨던 Hooney.net이 음악 바톤 때문에 최근 1주일동안 거의 1000여명에 가까운 분들이 방문했다. 주인장으로써 기쁜 맘을 금할 순 없지만, 하늘님의 글에서 설명된 것처럼 악용의 소지도 있고, 행운의 편지라는 표현까지 있었기에 이 음악바톤에 대해 다시 한번 언급해볼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기존에 트랙백 놀이를 몇번 봤던 나는 미국에서도 이런 놀이를 하는구나라고 단순하게 생각하고 넘어가려다가, 5명을 지목하는 마지막 문항의 차별성을 발견하고 미국에 사는 일모리님과 MSN으로 이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한국에 들여오는 것에 서로 찬성하고 누가 먼저 시작할지에 대해 쉽게 결정을 못내리다가(서로 귀찮아 함) 결국 내가 먼저 글을 썼다. 제목선정은 사전까지 찾아보면서 바톤, 배통, 릴레이 중에서 고민하다가 좀 더 친숙한 콩글리쉬, 바톤을 사용하게 됐다.

내가 첫번째로 지목한 일몰님이 곧바로 음악 바톤 글과 관련된 글을 써주셨는데, 여기에서 한국만의 바톤문화가 발생했다. 원출처인 미국의 경우 트랙백없이 답글만 있었는데, 일몰님과 내가 서로 트랙백을 주고 받은 것이 바로 그것이다. 또한 미국에서는 웹디자인이나 웹개발과 같은 IT를 주제를 다루는 분들을 중심으로 Musical Baton이 이어지고 있지만, 일몰님과 나 둘다 CSS 디자인 포럼의 회원이었기에 서로 바톤 패스의 중복을 피하기 위해서 각기 다른 주제를 다루는 분들에게 패스하자는 암묵적 합의를 이끈 점이다.

나 역시 글을 쓸때 5번 문항(바톤을 건내받을 5명을 지목하는 것)이 무척 어려웠다.

  • 나같은 마이너 블로거가 과연 다른 블로거 5명을 지목할 수 있을까에 대한 회의감.
  • 지목한 5명의 블로거 외에 다른 블로거가 내 글을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미안함.
  • 지목한 5명의 블로거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불안함.
  • 지목한 5명의 블로거가 나처럼 한가하게 이런 글이나 쓸까라는 자포자기.
  • 지목한 5명의 블로거가 바톤을 이어받지 않은다면 나는 어떤 기분일까라는 걱정까지.

고민에 고민 속에서 그냥 포기하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컵에 담긴 물을 어떤 시각으로 보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것처럼, 이런 걱정들을 오히려 바톤 이어달리기의 매력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 사회에서 만난 친구처럼, 웹에서 만난 친구도 내가 먼저 다가서야 친해질 수 있겠다.
  • 내가 지명하지 않은 친구들은 나보다 더 친한 친구들이 조만간 지명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 내가 먼저 친구로 생각한다면, 당연히 그들도 나를 친구로 생각할 것이다.
  • 음악이라는 소재는 만인의 취미이자 관심사이다. 누구나 자신의 음악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필요를 느낄 것이다.
  • 나의 바톤을 받지 않았다면, 충분히 그럴 이유가 있을 것이고, 그런 것에 내가 참견할 수는 없다. 바톤을 넘긴 것, 내가 그 사람을 지목한 것이 중요할 뿐이다.

우려했던 문제들은 오히려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었다. 지명했던 일모리님은 이글루가 음악바톤의 열풍에 빠지게 했던 주인공이 됐고, Ceprix님은 미국의 친구들에게 바톤을 넘겨줘서 내 BlogRoll을 늘일 수 있었으며, 내가 넘겨줬으면 받지 않았을지도 모를 바톤을 Mylook님이 @hof님에게 무사히 전달해줬다. 평소에 호감을 많이 갖고 있었지만 다가서기 힘들었던 Camino님이 바톤을 받아줬을 때의 기쁨이란 바톤 이어받기가 없었으면 아마도 느낄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또한 나보다 늦게 블로거 생활에 합류한 쿠키님도 감사히 받아주셨다.

지명하지 못했던 CSS 디자인 포럼 회원들은 어느새 대부분 바톤을 넘겨받았고, 바톤을 따라가다 가 만난 applevirus님의 블로그는 예전에도 몇번씩 방문했었기에 더욱 반가웠다. 그랬다. 이 바톤이 넘어가고 이어지는 과정을 살펴보면서, 그물망처럼 얽혀진 웹에서 인간관계 역시 서로 얽혀져 있다는 것을 알게됐다. 내가 겪었던 재미있었던 일화는 올블로그에 올라온 음악 바톤 글을 확인하다가 우연히 고등학교 친구의 블로그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녀석을 정말 오랫만에 만났다. 그랬다. 정말 세상은 넓고도 좁으며, 웹은 더더욱 넓고도 좁다. ㅎㅎ

최근 인터넷 종량제 바톤이나 영화 바톤, 게임, 만화, 노래방 바톤 등 여러 바톤들이 생겨나고 퍼져나가고 있다. 많은 분들이 음악 바톤에 대해서 느끼는 점들을 써주셨다. 특히 하늘님이 바톤이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해주고 있다. 나 역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는 없다. 하지만 몰래 숨어서 유인물을 제작하고, 손에 손을 이어서만 전해질 수 있었던 1980년대 정치적 암흑기 때의 정치관련 유인물을 생각하면, 반드시 악용이라고만 단정내릴 수만은 없을 것이다.

이번 음악 바톤은 인터넷에서의 전파속도에 대한 실험으로도 충분히 가치있을 것 같다. 이제 제5공화국처럼 한국에서 군사쿠테타 같은 일은 결코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 피드백’을 지향하는 느린 미디어가 돼 달라는 리드미님의 글이 자꾸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