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시원해 도서관 밖의 지나다니는 학생들을 물끄럼이 보고 있을때, 모르는 번호에서 문자 메시지가 왔다.

  • 쌤 ㅋㅋ 잘시시죠? 저 H예요. 기억나세요?
    그럼. 기억하고 있지. 2003년 여름에 내게서 수학을 배웠던 중2 H잖아. 제작년까진 가끔 전화도 하구, 문자메시지도 곧잘 보내더니만, 정말 오랫만이구나.
  • 벌써 고2라구? 꽃다운 18이라구?
    강조하지 마라. 너가 대학생되면 술 사준다는 약속(언제 했더라? 3년 전인가..)을 지킬때쯤 쌤은 30대다. ㅜ.ㅜ
  • 인기때문에 피곤하다구? 하교할 때마다 남학생들이 뒤따라 와서 귀찮다구? – 맞다. H는 학원에서 자칭 중2 퀸카였잖아. 지금은 더 예뻐졌겠구나. 원래 그 나이땐 다 그런거야. 쌤도 그 나이땐 보충수업/자율학습 땡땡이 치고, 매일 같이 시내 나가서 헌팅했다. 안믿기냐? ㅠ.ㅠ
  • 좋은 대학 들어가면 젤 먼저 연락한다구?
    학원에 있을때 쌤이 그렇게 가르치지 않았잖아! 타인의 시선에서 좋은 대학보단 자신이 좋아하는 과에 들어가야 한다구 가르쳤잖아. 가끔 연락하고 그래라.
  • 히긴, 내가 학원에서 첨으로 가르쳤던 얘는 지금 대학 3학년이다. 얘들 졸업/입학 선물에 가끔 술도 사주느라고 호주머니가 텅비었지.

그래도 이런 게 삶의 맛 아닐까? 제자들의 전화/ 문자메시지/ 만남, 그 속에서 나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역시.. 난 천성이 쌤인데.. ㅎㅎ